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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기록/생각주머니14

울적한 기분을 건강하게 해소하고 싶다.. 이런 감정은 한번씩 나를 너무 흔들어놓는다. 나를 움직이게하는 연료가 다 닳아 바닥나버린듯이 힘이 없다. 알록달록 물든 단풍이 풍성하던 나무가 겨울이 되어 잎이 우수수 다 떨어진 후 앙상하게 남은 나뭇가지가 되어버린 것처럼 마음이 허전하게 느껴진다.. 처음부터 비워져있었더라면 이런 상실감이 덜할텐데 가득찼다가 어느 순간 텅, 하고 바닥난 마음이라 생각되면 이 감정이 더욱 선명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공간이 허전하니 작은 소란에도 그 소리가 너무 크다. 어디라도 기대고 싶은데 그럴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이상하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고 마음이 따뜻하게 채워지지 않는다. 괜히 울고싶은 밤이다. 새벽이라 그런걸까? 겨울이 가까워져 그런걸까. 마음이 울적하다... 이런 감정을 건강하게 .. 2022. 11. 3.
고유한 나의 모습을 지켜내고싶어 나의 고유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계속 가져가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서 원하는 활발한 성격, 술을 잘 마시면 좋은 문화, 여행은 무조건 가는게 좋으니 해외로 나가야한다는 수많은 조언, 미의 기준 그리고 쏟아지는 유행속에서 나만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싶다는 생각. 나는 내 취향이 좋고 천천히 흘러가는 이 템포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무엇보다 풀 냄새를 맡고 하늘의 색채를 바라보며 구름의 이동을 바라보는 시간은 가장 사랑하는 것 중 하나다. 멍 때리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노을지는 해를 가만히 지켜보는 고요한 시간이 좋다.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일과 그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일. 그리고 가끔씩 꽃꽂이를 하는 일상. 카페에서 햇살을 받으며 책.. 2022. 1. 31.
나를 길들이자 내 삶에서 반복되는 루틴이 모이고 모여서 생활패턴을 단단하게 만들어주고, 그게 곧 나의 건강함이 된다는걸 깨달았다. 하루하루 버텨내며 사는게 아니라 내가 만든 생활 리듬을 타는게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건강함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는 기본 체력이 된다. 먹고싶은 음식, 가보고 싶은 장소, 하고싶은 취미생활, 여행. 내가 하고자하는 모든게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는걸 서른이 되어서야 뼈저리게 깨닫는다. 내 생활에 루틴이 있었나? 아니. 일어나고 잠드는 시간은 제각각에 밥 먹는 시간도 일정하지 않았다. 한끼를 면으로 채웠으면 다른 한끼는 꼭 밥을 먹겠다는 내 나름의 규칙도 즉흥적인 외식으로 무너지곤 했다. 한번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것들이 모이고 모여서 결국은 나를 채운다는걸 몰랐다. .. 2022. 1. 26.
삶을 살아간다는 것 참 신기하다. 어릴때는 별로 와닿지 않았던 말들이 이제서야 점점 실감난다. 직접 피부로 와닿는 느낌이랄까 특히 건강이 그렇다. 아무리 내가 체력이 바닥이었어도 20대 초반의 체력과 후반의 에너지는 정말로 다르긴 하구나- 하는것들.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없는 체력을 갈아서 쓴거였구나싶다. 그래서 가능한거였어. 젊음을 갈아썼기때문에.. 아무튼 요즘 살면서 과 이 너무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낀다. 무례한 일을 당해도 호구처럼 참는 인내심이 아니라, 먹고싶은걸 참고 사고 싶은걸 참는 종류의 인내심말이다. 최근 건강을 위해 좋아하는 디저트와 커피 마시는 횟수를 줄이려고 노력중인데 먹고싶은 순간의 욕구를 다스리는게 생각보다 제법 어렵다. 어느정도 텀을 두고 먹으려는 내 노력은 결국 '참을줄 알아야' .. 2022. 1. 15.
별 주머니 나만의 꿈 주머니를 만들어야겠다. 꺼내보기만해도 행복해지는 꿈을 향한 열망도 좋겠고, 내가 바라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록하는 것도 좋겠다. 내가 그림으로 하고싶은 것들을 생각날 때마다 기록해두고 꿈 주머니에 넣어 두고두고 꺼내보는거지. 내가 어떤 순간에 가장 찬란하게 빛이 났는지, 어떻게 빛났고 어떻게 재밌었고 왜 신이 났었는지도. 그렇게 나의 순간들을 기록해두고 생각날 때 꺼내어본다면, 힘이 되지 않을까? 내가 진짜 원했던게 뭔지 잊어버리지 않는 것. 꿈을 품고 있는 힘. 이런것들이 내가 고른 별과 나를 끊임없이 연결시켜줄테니까. 흘러가는데로 살다보면 내가 뭘 했을 때 가장 빛이 났었는지 쉽게 까먹곤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너무 쉽게 놓아버린다. 그렇게 좋아하고 욕심냈으면서, 그림 때문에 분해 울기.. 2022. 1. 5.
기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감정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냥 뭘 느끼고 싶지가 않다 생각하는 걸 멈추고 싶다. 아주 작은 한 톨의 그 무언가도, 솜털같이 가볍고 사소한 것이라도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런 무게가 없을 만큼 희미하고,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만큼 미약해도, 숨 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조차 그냥 나를 지나갔으면. 나를 건드리지 말았으면. 생각이 너무 많아서 조금이라도 더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잔뜩 엉킨 실을 풀 수 없어서 가만히 있지만 그럼에도 가만히 있고 싶다. 집에 있어도 집에 있고 싶은 것처럼 말이야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생각이 그만 자랐으면 좋겠다. 생각을 덜어내고 빨리 잊어버리면 좋을 텐데. 생각이 많으면 많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 같다. 감정이 이렇게 진하게 피부 안까지 파고드는 느낌은 꼭 감옥 같아서 괴롭다.. 2021. 10. 2.
작은 별 하나 서울숲을 터덜터덜 걷다가 고개를 들어 저녁하늘을 올려다보니 까만색으로 변한 나뭇잎이 무성했다. 시야를 꽉 채울만큼 풍성한 나뭇잎이었다. 까만색 하늘에 더 까만색 나뭇가지와 나뭇잎 그리고 그물치듯 하늘을 덮고 있는 잎사귀 틈 사이에 콕 박혀있는 점 하나 정말 작은 점이 빛나고 있었다. 하늘에 별 하나 찍혀있을 뿐인데 갑자기 왈칵 가득찼다 소리내어 엉엉 울면 이 복잡하게 엉킨 감정들도 쓸려내려가려나 도저히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복잡한 마음들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지고 이어지다가도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한곳에 다 얽혀버린다 뭐 어쩌잔거지 나는... 풀 수 없을만큼 뒤엉켜버리면 풀 때까지 이 감정에 머물러있어야 하는게 싫다 한 번에 씻겨내려갔으면 좋겠다. 주제에 희망찬 욕심이겠지 그냥 머물러 있어야하나 그러.. 2021. 10. 2.
그놈의 말말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어폰을 끼고 시끄러운 음악을 한곡 재생으로 돌렸다. 쿵쾅거리는 노래를 듣고있으면 나 대신 화내 주는 것 같아 조금 누그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과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격한 감정으로 쏘아올려진 말은, 따발총처럼 그대로 귓가에 때려박혀서 제아무리 시끄러운 음악도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리게 만들었다. 이 순간만큼은 정말 말이 총보다 더하다고 느낀다. 순전히 귀에만 박힐까? 아니, 또 마음에 남겠지. 기억처럼 감정도 흔적이 남으니까. 사람의 마음과 정서를 해치는 것 중에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사람의 혀가 단연 제일인 것 같다. 그걸 알고있지만. 오늘 또 한 번 새삼스레 칼보다 사람의 세치 혀가 더 날카롭게 마음을 베고, 할퀴고 지나가는 것을 느낀다. 말의 힘이라는 것은 뭘까... 2020. 5. 22.
불똥이 튀었다 마음이 갑갑하다. 분노하는 감정들은 왜 모든 걸 불편하게 만드는 걸까? 본인뿐만 아니라 상대방도, 그 순간의 공기도, 째깍째깍 소리 내는 시계 초침까지. 가슴을 조이는듯한 그 불편함은 긴장감 때문에 몸도 마음도 잔뜩 움츠러들게 만든다. 턱 막힌 느낌과는 조금 다르다. 네모난 공간이 있다고 치면 제일 끝 구석 모서리에 서있는 듯하다. 그 구석 모서리에 서있는 내 앞에 커다란 옷장, 책상, 돌덩이들이 테트리스처럼 하나둘씩 쌓이는. 짓누르는 느낌보단 조여 오는 느낌에 가깝다. 아무래도 눈치를 봐서 그런가보다. 잔뜩 화가 난 상대와 대화하며 생각을 나눈다는 건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곧 들이받을 것 같이 뾰족해져서 씩씩대는걸 보고 있자니 도망치고 싶은 생각뿐이네.. 조금만 긁혀도 아픈데 뾰족해진.. 2020. 5. 7.
좌우명 세상에 돌아다니는 참 많은 좌우명들이 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자,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라... 글귀부터 명언, 어느 지식인과 유명인들이 남긴 말들까지 참 다양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그런 문장들은 보면 공감되고 머릿속이 번뜩이다가도, 이상하게 마음에 남아있질 않았다. 삼키면 소화되어야 하는데 언제 삼켰냐는 듯 없어져있었다. 내 것이 아니었나 보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말이지만, 남아있지 않은 걸 보니 오래 기억하고 싶지 않았나 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이들의 말을 빌려 그것을 좌우명으로 삼고, 누군가 물어보면 그것을 내밀곤 했다. 그저 그런 유명한 것들로 둘러대고 싶지 않았다. 그럴 때 내미는 건 종현의 '이해보다 인정' 태민의 '노력은 나를 포장하.. 2020. 4. 21.
땅굴 가끔씩 나를 찾아오는 어둠이 있다. 스물여섯보다 조금 더 어렸던 지난날의 나는, 그 어둠이 형체 없이 다가와 내 발목을 잡고 밑으로 끌어내릴 때면 언제나 속수무책이었다. 아주 작은 점 같던 조그마한 어둠이 나도 모르게 어마무시한 형태로 커져서 나를 허우적거리게 만들었기에 땅굴로 들어가고 싶지 않아도 돌아보면 어느새 깊숙이 들어가 웅크린 내가 있었다. 이런 우울감을 그리고 나를 사랑하지 않음을 좀 더 다른 방법으로 해소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은데, 이럴 때면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의도를 오해하곤 해 마음이 답답해졌다. 그렇게 되면 나는 내가 더 싫어지고, 또 싫어지면 땅굴은 더 커지고.. 밑바닥도 없는지 한없이 한없이 새로운 구멍이 생겼고 나는 그 속으로 계.. 2020. 4. 21.
아침과 밤 어릴 적 나는 방해받지 않는 늦은 밤이 좋았다. 어둠이 깊어지고 은은하게 빛나는 가로등 아래 오롯이 나만 서있는 느낌과, 모든 것이 잠들어 쓸데없는 소음이 없는 고요한 시간 덕분이었다. 시끄러운 게 싫어서 일부러 새벽에 깨어 활동할 때면 나만의 공간에 들어가서 소꿉놀이하는 기분도 들었다. 라디오를 들으면서 과제를 하다보면 날이 밝을 때도 종종 있었는데, 그때 창문을 살짝 열어놓으면 새벽의 축축한 냄새와 찹찹한 바람이 들어왔다. 나는 그 서늘함이 시원하고 좋았다. 어슴푸레한 새벽의 창 밖, 해가 뜰 때 천천히 밝아지는 방안의 빛도 너무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20대 끝자락에 가까워지니 아침이 더 좋아져버렸다. 눈이 일찍 떠진 어느 날 따갑지 않게 슬쩍 들어온 햇살이 참 따뜻하고, 화사하게 반짝거리는 .. 2020.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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