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록/생각주머니14 제주도 먼 훗날, 나의 환상 중 하나는제주도에서 살랑살랑 부는 따스한 바람을 맞이하면서 푸르른 나무 옆 키 작은집 하나, 아담한 마당에는 귀여운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물아일체. 한 번씩 내가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곤 하던 '승천하고 싶다'의 의미는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잡음 없는 자연으로 떠나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순수한 의미였다. 맑은 바다와 키가 큰 야자수, 구멍이 송송 난 낮은 돌담들. 제주도 하면 자연스레 펼쳐지는 풍경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두둥실 떠다녔다. 눈을 감으면 철-썩 귓가를 두드리는 차분한 파도소리와 세찬듯해도 속 시원한 바람.. 그래, 이러한 자연 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는 바람처럼 나는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그저 몸을 뉘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제주도는 먼.. 2020. 3. 28. 70. 나는 문득 언젠가 내 나이 70이 되면 그만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삶에 대한 미련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러했다. 내가 죽으면 그저 나무 한그루를 심어주었으면.고요하고 싱그러운 어느 푸르른 곳에서 나른한 바람을 맞으며, 새들이 지저귀는 노래를 듣고 햇살을 가득 품는 한그루의 나무가 된다면.평화롭고 따뜻한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면 그 얼마나 편안할까? 고등학생이 될 즈음 생각했던 것 같다. 너무 길게 살고 싶지 않아, 하고. 이 글을 본격적으로 구체화시켜 작성했던 스물다섯에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 70에서 수명이 조금 늘어나긴 했지만 70도 사실 그다지 나쁘지 않다. 난 정말 진심인데 그 당시 가족들은 내 이야기를 듣더니 나이도 어린 게 벌써 죽는 얘기를 하느냐고 타박을 했더랬다.나는 딱히 죽.. 2020. 3. 25. 이전 1 2 다음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