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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기록/생각주머니

제주도

by brabbit.93 배토끼 2020. 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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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훗날, 나의 환상 중 하나는

제주도에서 살랑살랑 부는 따스한 바람을 맞이하면서 푸르른 나무 옆 키 작은집 하나, 아담한 마당에는 귀여운 텃밭을 가꾸며 사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물아일체.

 

 

 

 

금능해변

 

 

 

한 번씩 내가 입버릇처럼 중얼거리곤 하던 '승천하고 싶다'의 의미는 하늘나라로 가고 싶다는 의미가 아니라, 잡음 없는 자연으로 떠나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순수한 의미였다. 맑은 바다와 키가 큰 야자수, 구멍이 송송 난 낮은 돌담들. 제주도 하면 자연스레 펼쳐지는 풍경들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두둥실 떠다녔다. 눈을 감으면 철-썩 귓가를 두드리는 차분한 파도소리와 세찬듯해도 속 시원한 바람.. 그래, 이러한 자연 속에서 자유로이 헤엄치는 바람처럼 나는 이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그저 몸을 뉘이고 싶었던 것이었다.

 

제주도는 먼훗날 살지 못하더라도 나의 마음이 어지러울 때면 언제라도 가서 걷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봄에는 꽃길을 걷고, 여름에는 뜨겁고 바삭한 햇살이 든 볕을. 가을에는 갈대가 흔들거리는 길을 따라서, 겨울에는 뽀득뽀득한 새하얀 눈을 밟으면서 발자국을 남기며 사계절을 느끼는.

 

혼자 간다면 마음껏 자연을 품고 맞아할 것이며, 둘이라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추억을 만들겠지. 그것이 연인이라면 손을 잡고 천천히 걷고 싶구나. 가족과 함께라면 이곳저곳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온 몸으로 느껴보고 만져보고 안아볼 것이야.

내 마음의 안식처로 삼고 싶은 환상과 희망의 장소. 앞으로 자주 가고 싶다.

 

 

 

 

 

 

 

우리 가족이 함께 건너가서 산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가끔 한다.

엄마가 좋아하는 상추를 키워 따다 먹고, 아빠랑 당근 농사를 지으며 땀을 흘려도 좋겠다. 밤이면 쏟아지는 별빛을 이불 삼아 마루에 누워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싶다. 아침이면 찹찹하고 수분기있는 상쾌한 내음을 맡으며 떠오르는 해를 맞이하겠지.

싱싱한 채소를 곁들여 밥을 지어먹고 간식으로 쿠키를 굽는다. 과일을 따다 스무디를 만들어 마시고, 새콤하고 아삭아삭 씹히는 싱그러운 샐러드도 나무 그릇이나 볼에 담아 먹으면 더할 나위 없겠다.

매일매일이 소중하고 행복할 것 같아. 너무나 평화로운 삶이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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