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유성을 잃어버리지 않고 계속 가져가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에서 원하는 활발한 성격, 술을 잘 마시면 좋은 문화, 여행은 무조건 가는게 좋으니 해외로 나가야한다는 수많은 조언, 미의 기준 그리고 쏟아지는 유행속에서 나만의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싶다는 생각.
나는 내 취향이 좋고 천천히 흘러가는 이 템포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무엇보다 풀 냄새를 맡고 하늘의 색채를 바라보며 구름의 이동을 바라보는 시간은 가장 사랑하는 것 중 하나다.
멍 때리며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노을지는 해를 가만히 지켜보는 고요한 시간이 좋다.
계절마다 다르게 피어나는 꽃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는 일과 그 사진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일. 그리고 가끔씩 꽃꽂이를 하는 일상.
카페에서 햇살을 받으며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부드럽고 따뜻한 라떼 한 잔과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순간도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작은 행복이다.
아기자기한 소품가게에서 디자인 소품과 일러스트 굿즈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고 엽서를 모으는 취미.
모아놓은 엽서를 집 벽면에 계절마다 바꿔 붙이는 재미.
밝은 백열등 보다는 은은한 주황빛이 도는 무드등이 좋고
천천히 걷는 산책이 좋다.
여행을 가면 유명한 장소를 바쁘게 돌아다니기 보다 인구밀집도가 덜한 한적한 자연을 느긋하게 감상하는게 좋다.
마음에 드는 곳이 있다면 한참을 머물러
그곳의 바람과 풍경을 눈과 귀로 실컷 담아가고싶다.
유튜브 Ode 채널의 재즈 로파이 피아노, 기타 플레이리스트를 켜두고 일기를 쓰는 시간도 소중하다.
회사생활을 할 때 이런 나의 취미에 대해 재미없게 산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
여기에 술을 같이 즐기지 못하는게 아쉽고,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지 못한다는 이유가 따라붙었다.
술을 못마시면 진실된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느냐고.
클럽도 가지 않느냐고 물으셨다. 그렇게 집에만 있으면 안된다는 조언과 여행을 부지런히 다니라며 안타까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는 시선도 받았다.
굳이 그 시선에 나를 맞추고싶지 않다.
그들에게는 재미없을지 몰라도 나는 이런 평화로움이 정말 좋다. 각자 본인의 결에 맞게 살아갈 뿐인걸
술을 마시지 않아도 얼마든지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은은한 조명 아래 켜둔 향초로 취하는 안정감은 복잡한 생각을 비워낼 수 있다. 커피 한잔으로도 얼마든지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차분한 사람은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세상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을래.
어릴때 나의 고유성을 부정하고 바꿔보려고 시도해본적이 있다.
텐션을 억지로 끌어올려 밝은척해보고 리액션 기계처럼 웃고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었다.
어른들이 잘 웃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애교가 많은 성격이 좋은거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해주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를 변화시켜야된다고 생각하게되었다.
말 좀 해봐. 또는 너 말하는거 처음 봐. 그래 그렇게 웃어! 너는 원래 조용해? 재미없다.
하나씩 던지는 이런 말들은 나에게 쌓이고 쌓여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왔던 시절.
그래서 말을 많이하려고 어떻게든 이야깃거리를 찾아내 노력하고 상대방 눈치를 봤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오랫동안 의식했다. 또 나를 조용한 사람으로 봤을까? 재미없다고 생각할까?.. 그러고 집에 온날은 녹초가 됐다.
기운이 빠져나가 정말 피곤했고 내가 아닌 기분 때문에 가면을 쓰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어딘가 느껴지는 불편함과 실수한건 없는지 곱씹어보는 끝없는 자기검열로 쉽게 지쳐버렸다.
내가 왜 나를 부정해야하지? 맞지도 않는 옷을 입으면서 까지 왜 그렇게 사랑받으려고 했을까
어느순간 그런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내가 뭘 어쨌든간에 나는 나다.
내가 가진 기운과 인상, 풍기는 분위기, 표정과 말투
모든걸 부정하면서 혼자 괴로워하고 마음이 상하는 일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고독한 내면싸움이라는 걸 깨닫고 이젠 크게 바꾸려하지 않는다.
사회성을 위한 어느정도의 노력을 제외하고 말이다.
이게난데 뭐 어쩌라고 마인드로 살아야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어. 나를 갉아먹는 일은 앞으로 하지않을거야.
나의 차분한 매력이 좋다.
고유한 나의 모습이 좋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한 썬크림과 썬파우더,
내가 가진 눈썹의 생김새대로 적당히 눈썹을 채우고
립밥을 바르는 정도로 인상을 정돈한다.
가끔 스타일 변화를 주고싶을 때 가볍게 톡톡 바르는 섀도우 두어가지면 충분히 만족스럽다.
심플한 악세사리를 여러개 매치하는게 멋스럽게 느껴져 좋아한다.
실반지 여러개, 조그만 귀걸이, 무늬없는 동그란 목걸이는 자주 애용하는 조합.
봄에는 슬랙스에 티셔츠를 입고 에코백을 맨다거나 자켓에 청바지, 미니백을 자주 맨다.
여름에는 무릎 언저리까지 오는 반바지에 박스티, 얇은 린넨 셔츠와 에코백
가을에는 맨투맨에 흰티를 뺀 조거팬츠, 체크남방과 면바지
겨울에는 따뜻한 색감의 양말과 체크패턴의 머플러를 매치하는걸 좋아한다.
커다란 원피스를 입고 스니커즈를 신는 것도!
단정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에 심플한 악세사리로 포인트를 주는게 마음에 든다.
톤 다운된 차분한 색감을 좋아한다.
따뜻한 느낌의 우드 인테리어를 좋아한다.
시트러스 귤향과 은은하게 풍기는 바디로션 채취를 좋아한다.
이런 나의 취향이 좋다.
나의 노력을 응원한다.
그렇게 한다고 안바뀌어. 크게 티도 안나.
남들이 툭 던진 이러한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나의 노력을 이어가고싶다.
디저트 가게에 반찬통을 가져가는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아주 조그만 노력.
음료수 겉에 붙어있는 껍질을 떼어내고, 다 마신 아몬드브리즈 종이통을 펼쳐서 자르고 물로 헹궈내는
분리수거를 위한 소소한 노력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밀가루를 줄여보려고 비건음식을 찾는 노력
한끼에 면을 먹었으면 한끼는 밥을 먹는 나만의 규칙
귀찮음을 이겨내고 스트레칭을 하는 노력
아주아주 소박하지만 나의 일상기록과 나의 계발을 위해 만드는 브이로그를 위한 수고로움. 블로그를 위한 노력
티나지 않아도 나를 구성하는 작은 요소들을 하나하나 소중하게 여기고싶다.
자연스럽고 건강하게 늙고싶다.
나를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관리와 노력을 더한 건강한 자연스러움.
나의 결대로 은은하게 흘러가고싶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나를 사랑한다.
'소소한 기록 > 생각주머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적한 기분을 건강하게 해소하고 싶다.. (0) | 2022.11.03 |
---|---|
나를 길들이자 (0) | 2022.01.26 |
삶을 살아간다는 것 (0) | 2022.01.15 |
별 주머니 (0) | 2022.01.05 |
기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0) | 2021.10.02 |
댓글